저는 학급이름인 '정아울'을 교내 내부 메신저 대화명으로 띄워 놓습니다. 그러면 선생님들께서 학년 초가 되면 저에게 와서 한 마디 하십니다. "선생님 여자친구 있어요? 메신저에 여자친구 이름을 띄어놓고 그래요~!"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학급 이름이라고 열변을 토했지만 정말 매년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그냥 그려려니합니다. 이런 오해를 받을 걸 직감으로 예상했던 걸까요? 처음 이름을 정할 때, '정아울'이라는 이름은 학급이름 후보군에는 올랐지만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을 갖 졸업한 파릇한 24살이던 신규교사로 B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5학년 담임을 처음 맡고 주변 선생님들을 보니, 선생님만의 학급 이름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더군요. 멋스럽기도 했고, 그렇게 만든 학급이름으로 17기, 18기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저도 저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학급 이름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그 때 선생님들께서 학급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으셔서, 저도 순우리말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이름과 의미가 좋은 단어 두 개를 골랐습니다. 하나는 '해다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정아울'입니다.
  인터넷 글에 올라온 순 우리말을 적어놓은 목록을 보니, '해다미'는 '해를 담는 사람'이라는 뜻이었고, '정아울'은 '모두 아우르다, 포용하다'라는 의미로 적혀 있었습니다. '해다미'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지만, '정아울'이라는 이름을 놓치기에는 무언가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때, 고등학교 졸업 후 쭉 만나던 친구 두 명과 같이 술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연 찮게 그 친구들은 제가 다니던 모교에서 '도전! 골든벨'의 골든벨 주인공, 최후의 4인 중 1명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둘 중 뭐가 좋을까하고 물어보니, 두 친구 모두다 '정아울'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해다미'가 좀 더 끌렸던 제가 왜 '정아울'이 좋으냐고 묻자 두 친구 모두 해다미보다 정아울이 어감이 좋고, 의미도 더 와 닿는다고 하더군요. 왠지 모르게 탐탁치는 않았지만, 두 친구 모두 이상하리 만큼 정아울을 추천하기에, 저의 교직생활 평생의 학급 이름은 그렇게 '정아울'로 정했습니다.

  사실 정아울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글로 있었기에 순우리말사전에 있을까하여 찾아보았지만, 찾지를 못했습니다. 근거가 많이 빈약합니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후, 정, 아, 울 각각의 글자에 의미를 부여하여 학급이름의 의미를 좀 더 부여하였습니다. 정은 열정, 아는 자아, 울은 어울림을 축약한 뜻으로 나타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를 모두 아우르는 '행복한 민주시민'이라는 타이틀 아래, 각각의 의미를 좀 더 보강하였습니다.

 

  정 : 비전을 향한 열정을 가진 사람

 

  요즘에는 의욕이 없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아직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의욕이 없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앉아서 수업을 신나고 즐겁게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어린이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키워나가기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지는 장래에 대한 생각은 매우 막연하고, 또 실현 가능성까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또 꿈을 가지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그 꿈을 그냥 꿈으로만 놔둔다면 그 꿈은 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그 꿈을 ‘비전(vision)’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비전’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의지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의지, 곧 정열을 가지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저는 어린이들이 그 꿈을 ‘비전’으로 바꿀 수 있는 초석을 닦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아 : 자아(自我)가 바로서는 사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안다는 점입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는 건,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닌 자신입니다.
  우울한 사회분위기와 이에 따른 자살의 증가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항상 ‘저는 못해요.’라는 말을 달고 사는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을 질 수 있습니다. (열정과 연결됩니다.)
  반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지 말아야 합니다. 내 입장만 생각해서 남을 해치는 행위는 절대 옳지 않습니다. 자신을 과시하는 것 또한 자아가 바로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여러 상황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기꺼이 질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울 : 어울림이 아름다운 사람

 

  어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서양의 개인주의와는 달리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는 지금의 세태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우려할 만한 현상입니다. 물론 심리학적으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를 어른이 올바로 인도하지 않으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머무르는 어른이 됩니다. 나보다 어렵고 약한 사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해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약한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넓은 어린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위의 의미들은 첫 발령을 받고 담임을 맡은 학부모에게 3월 첫 날 보낸 편지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조금씩 수정, 보강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굳은 믿음 아래 정아울의 뜻을 저의 제자들이 앞으로의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쯤 되새길 수 있는 말들이 되기를 작게나마 소망합니다.